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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20. 15:21 - 까사밀라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눈이 뒷머리에도 달려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전화가 오면 목소리가 자동으로 변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언제나 90도로 배꼽인사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유치한 물건에 욕심이 생기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재활용품과 잡동사니는 무조건 모으고 보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몸에도 맞지 않는 작은 의자에 내 몸을 맡기는, 그래서 허리가 아픈.. 
나는 선생님입니다. 

내가 없을 때 혹시나 무슨 일이 벌어 지진 않을까
걱정되서 맘 놓고 화장실조차 못 가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작은 상처 하나에 가슴이 철렁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도.. 
혹시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나 상냥하게 웃어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똑같은 질문이 10번 넘게 반복 되어 화가 차올라도.. 이내 진정시키고 대답해 줄 수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가위질을 정말 스피드로 할 수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이 떨어뜨린 밥풀 자국이 정말 힘겹게 느껴지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소풍갔다 돌아오는 차안, 아이들이 피곤해 모두 잠들어 있을 때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긴장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소풍이나 견학을 갔을 땐 마트에 있는 과자란 과자는 다  맛볼수 있는...
아이들이 집어 주는 김밥 하나씩만 먹어도 점심을 따로 먹지 않아도 배부른..
나는 선생님입니다. 

약했던 비위가 점점 강해져 밥먹다가도 .. 아이들의 뒤처리와 오바이트 까지.. 아무렇지 않게 처리 할 수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를 혼내다가도.. 빠짝 긴장한 표정이 귀여워 이내 웃 어버리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주말에도 그 다음주에 해야할 일들을 ..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작은 아이들을 대할 땐 무릎 끓고 눈 높이를 맞춰주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초스피드로 먹어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쇼핑이라도 갈 땐.. 혹시 학부모가 있나 없나 눈이 레이저로 변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문구점이나 화방에 있는.. 재료들의 명칭을 거의 다 알 수 있는. . 나는 선생님입니다. 

출근 길 어린이집이 보이면.. ‘화내지 말자’라고 다짐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모든 상황을 쉬운 단어들로 골라.. 설명할 수 있는 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피아노, 미술, 율동, 노래, 컴퓨터 등.. 다방면에 재능이 있어야 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동화를 읽어 줄 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아기 등의 목소리 외에도 도깨비, 동물 등 모든 형태의 목소리를 자유자제로 내야 하는 .. 
그러다가 주인공이 너무 많을 땐 어떤 목소리였는지 헷갈리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ᄒᄒᄒᄒᄒᄒᄒ....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물관 같은 견학지에선 .. 구경은 뒷전이고 하루 종일 인원 수 체크하기 바쁜..
나는 선생님입니다. 

집에선 못 잡는 벌레를 어린이집에서는 용감하게 잡을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이 생기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가끔 투명한 도깨비와도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들리지도 않는 전화기에 대고 경찰아저씨와 통화하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맘 놓고 아플 수도 없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어린이집에 들어 갈 때는 예쁜 모습 으로, 하지만 나올 때는 완전 폐인이 되어 버리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거울 한번 제 대로 못 보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하루 종일 천사들과 함께 하고 그 천사들의 우상이며 그 천사들의 스승인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언젠가 그 천사들이 내 가르침을 받고 자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가 되길 바라는 나는 선생님입니다.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